20대 대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디지털 강국, 벤처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다. 일부 후보는 과학과 기술 분야 부총리급 정부 부처도 약속했다. 학계는 대선 주자들의 이런 공약을 어떻게 평가할까. 또 어떤 공약을 원할까. 지디넷코리아는 대선기획 차원에서 국내 주요 학회장들에게 대선 후보들의 정책 평가와 바라는 정책을 물어봤다. 이를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
“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든 것은 잘 한일이라고 본다.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데이터 정책과 관련해 이를 개방화하고 중요한 자원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도 시의 적절했다.”
신요안 한국통신학회장(숭실대 교수)은 문재인 정부가 잘 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면서 “우리의 삶과 사회를 바꿔가기 위한 상징성을 국민들에게 알린 것”도 4차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실제, 4차위는 지난해 2월 데이터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국가데이터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 데이터 이슈 발굴과 정책방안을 만들어왔다. 또 데이터와 디지털 혁신을 총괄 조정하는 민관 합동기구로서의 역할을 해했다.
아울러, 신 학회장은 “의도치는 않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때문에 소위 소‧부‧장을 활성화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며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끌어냈던 것도 상징적 의미가 크고 잘 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 “현 정부 4차위 설립‧데이터 정책 시의적절, 규제샌드박스 정책은 조금 아쉬워”
반면, 그는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했는데 2% 부족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혁신을 위해 규제샌드박스를 시행해왔고 지난 3년간 632개의 과제를 실증특례로, 이 중 129건은 법령개정을 통해 규제개선을 해왔다.
하지만 구글‧페이스북(메타) 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급성장하고 이에 맞춰 비즈니스 생태계가 격변하는 상황에서 통신사와 같이 기존 규제정책 틀에 갇혀 있는 사업자들에게도 보다 전향적인 규제 검토가 필요했다는 게 신 학회장의 설명이다.
“최근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이슈가 상당히 많았다. 비즈니스 자체가 격변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비즈니스들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형태는 상당히 바뀌었는데 여전히 예전의 규제를 들이대다 보니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 어려운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게 통신사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도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통신사들도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개선이 더 이뤄졌어야 한다고 본다.”
방송의 경우 유료방송제도 개선 방안 마련 등을 통해 규제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통신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제 개선 논의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 “과학‧ICT 부처 부총리급 격상 공약 전적으로 동의”
신요안 학회장은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중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격’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이재명 후보가 ‘디지털 대전환’을 강조하고 ‘디지털 무역 전자상거래’를 지원하겠다고 한 점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가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수출해보자고 한 것에 대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하면서 ‘사이버 안전망 구축’은 향후 5~10년을 준비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의 555 공약(5개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5개의 글로벌 기업을 만들고 5대 경제국가로 진입)에 대해서는 “슬로건이 현실적으로 좋다”며 “네거티브 규제를 강화하고 전면적인 규제 개혁을 강조한 것도 상당히 와 닿았다”고 평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IT인재양성 공약에 대해서는 방향성은 좋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후한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
“대부분의 후보가 IT인재양성을 언급했고 일부 후보는 100만 양성을 얘기했다. 하지만 모든 후보가 구체성에서는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후보들 모두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파악하고 있어 기대가 된다.”
■ “2030년까지 디지털 대전환, 탈중앙화 금융 대비해야”
그는 새 대통령은 ‘디지털 대전환’에 대한 정책 정립을 주문하면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NFT(Non-Fungible Token) 등 탈중앙화 금융에 대해서도 대비를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대전환은 이제 구호가 아닌 반드시 해야 될 시대가 됐다. IT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됐다. 새 대통령은 2030년까지 디지털 대전환을 확실히 정립하고 실질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을 이루려면 6G 이동통신, 초고속 네트워크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것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탈중앙화 금융 역시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결국에는 가야할 길이고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사이버 보안 등 사회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메타버스에도 시장이 생기고 거래가 될 텐데 이것을 어떻게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나.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 “융합형 IT 인재양성 필요”
신요안 학회장은 대선 후보들이 IT 인재양성 공약에 대해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하면서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IT와 전통 산업을 묶을 수 있는 인재뿐만 아니라 IT와 IT를 묶을 수 있는 융합 인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융합형 인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얘기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IT와 각각의 도메인 지식을 같이 갖고 있는 인재다. 예를 들면 IT와 조선을 아우를 수 있는 전통적 융합 인재를 말한다. 하지만 더 필요한 건 IT 기술 내에서 융합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례로, 통신과 AI, 통신과 소프트웨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이 같은 결합을 이뤄낼 수 있는 융합형 인재다. 현재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향후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현 과기정통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고, 형식적인 부총리가 아닌 디지털 대전환을 추진하고 지휘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모든 것들이 IT로 스며들어가고 정리가 돼야 하는데 이를 추진하려면 주무부처에 부총리급 권한이 있어야 한다. 향후 5년 동안 디지털 대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큰 일이 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눈 부처가 필요하다. IT를 중심으로 한 강한 힘이 필요한 시기다. 과거 거버넌스에서는 방송과 통신의 진흥‧규제를 놓고 이슈가 됐지만 이젠 이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다. 좀 더 산업적 관점에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